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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신여성 도착하다]라는 전시에서 처음 두 분을 알게 되었었다.

미술가 ‘김환기’, 그리고 문인이자 그의 아내였던 ‘김향안’.

꼭 이분들의 이야기를 알아보아야지. 책도 찾아서 읽어야지 했던 것이 벌써 몇 달이 된 것 같다.




김환기

1913년 출생, 1974년 사망. 가장 격정적으로 변화하던 시기에 활동하신 화가이다.

국내 뿐 아니라 파리와 뉴욕에서도 활동하였으며, 동양적 서정주의에 서구의 모더니즘이 결합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자신의 그림 뿐 아니라 미술 교육을 위해서도 힘쓰셨다. (홍익대학교 학장 역임)

수많은 전시회와 수상기록을 가진 근현대시기 가장 대표적인 화가라고 할 수 있으며, 케이옥션, 홍콩옥션에서 한국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한 바도 있다.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칭도 있다.



김향안(변동림)

1916년 출생, 2004년 사망. 수필가이자 미술평론가이자 화가이다.

(뒤에 두가지는 남편 김환기를 만나 새로이 얻은 직업) 이전에 시인이자 소설과 ‘이상’과 결혼하였으나 ‘이상’은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원래 이름은 변동림이었으나, 김환기와의 결혼이 반대에 부딪히자 원래 이름을 버리고 남편을 따랐다.

김환기가 파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은 것이 향안이었으며, 김환기의 사후에도 미술관 설립, 재단 설립 등 김환기의 작품을 알리는 일을 하셨다.



두 분의 삶이, 사랑이 정말 멋지다.

그 시대 지식인들이 가졌던 고뇌, 예술에 대한 끝없는 열정, 흑백사진에서 느껴지는 클래식함.

모든 것이 그들을 빛나게 만드는 것 같다. 뭔가 판타지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나는 이 두분에게 반해버렸다.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이 책을 읽었다. 방송작가인 ‘정현주’님 책이다.

작가님은 김환기와 김향안, 두 분의 사랑에 완전히 매료되었나보다.

이 책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는 순전히 두 분의 일생을 따라가며, 두 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김환기가 김향안에게 썼던 수많은 편지들이 실려 있고, 두 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작가님이 두분의 일생을 따라 여행을 하고 느낀 점들이 실려있다.


작가님은 두 분을 소울메이트라고 했으며, 오래가는 사랑 그리고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잘’사랑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답은 ‘지성’이라고 결론 내렸다.


최근에 나는 지식을 탐구하는 재미를 처음으로 느끼게 된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의 예술가나 다른 문학작품 등을 레퍼런스로 삼는 작품들이 좋다.

두 분은 지적이었다. 지식을 향유하고 공유하는 재미로 인생을 꾸렸다. 나도 이런 삶을 꿈꾸게 된다.





내친김에 ‘환기미술관’에도 다녀왔다.

이 미술관은 향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풀과 나무가 예쁘게 자리 잡은 이 공간이 참 좋았다. 미술 작품들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외부 사진만 조금 첨부해본다.







지금 진행중인 전시는

[사유 공간 창작 노트 Ⅱ], [Whanki's Works on Paper], [해와 달과 별들의 얘기 Ⅳ] 이다.

위치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63인데, 지하철역과는 멀다. 대중교통이라면 버스를 추천한다.




내가 처음 이 분들에게 반하게 되었던 건, 이 편지였다.




(중략) 하여튼 나는 매일 먹는 궁리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밭고랑을 건너뛰려니까 이런 고려청자의 파편이 눈에 띄겠지. 아득한 옛날 이 섬에도 생활이란게 있었던 모양이야.

이 수염난 친구 누군줄 아나? 아주 호남이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 소소한 일상의 공유,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호남이지? 라고 이야기하는 유머까지. 너무나 멋지다.


사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기에 남편은 이름을 날리고, 부인은 열심히 내조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 부부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라는 걸 배제하고 볼 순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서 향안은 굉장히 신여성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을 돕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정말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김환기의 책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김향안의 책 [월하의 마음]도 읽어보고 싶다. 환기미술관에는 도슨트 있는 날 다시 가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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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소한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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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회사 동료 때문에 ‘또’ 고통받고 있는 걸 보았다. 문득 몇달 전 읽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책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되었었는데, 좋은 내용이 정말 많았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한방 먹일 수 있는 내공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런 종류의 에세이는 너무 많고, 별 내용이 없다 혹은 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일도 그만큼 많아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은 참 좋았다.


일단 젊은 느낌이었다. 저자 김문정 작가가 <대학내일> 디지털 미디어 편집장이고, 트렌드에 대해서 연구해 온 분이라 그런 것 같다. 내용이 가벼운듯 잘 읽히면서도, 생각해 볼만한 지점들을 잘 집었다.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하지만 나보다 지식이 훨씬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어서 유익하면서 기분도 좋았다.


좋은 내용이 많았지만, 지금은 ‘나를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다.

책의 일부 문구를 가져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사람들의 이상한 말에 분명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무례한 사람들은 내가 가만히 있는 것에 용기를 얻어 다음에도 비슷한 행동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에서 만나는 다음 사람들에게도 용인 받은(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행동을 반복했다. 또한 나는 그런 말에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패배감을 쌓아갔고, 그렇게 모인 좌절감은 나보다 약자를 만났을 때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갑질의 낙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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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발언을 자주 해서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집안의 어른이나 직장 상사인 경우라면 현실적으로 화를 내기가 어렵다. 이들은 좋은 의도로 조언을 하느라 그러는 것이기에 정색하기도 뭐하다. 그렇다고 참고만 있기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서로 상처받지 않고 대화를 종결하는 데 필요한 자기만의 언어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주로 두 개의 문장을 사용한다. 바로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와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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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이어 말했다. “나쁜 말은 말의 쓰레기입니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고, 그중 쓰레기가 있다는 거에요. 그런데 질문자가 가만히 있었는데 그 사람이 쓰레기를 던졌어요. 그러면 쓰레기인 걸 깨달았을 때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탁 던져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쓰레기를 주워서 1년 동안 계속 가지고 다니며 그 쓰레기봉투를 자꾸 열어보는 거에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쓰레기를 줄 수 있어’하면서 그걸 움켜쥐고 있는 거죠. 그 사람은 그 쓰레기를 버리고 이미 가버렸잖아요. 질문자도 이제 그냥 버려버리세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아니 비단 사회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은 너무나 많다. 심지어 고통을 준 사람은 내가 고통받고 있단 사실조차 모를때도 있다. 착한 사람만 고통받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의 내용은 책에서 발췌했는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해가 되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버리고, 애매한 상황에서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대응을 하고, 정말 아닌 상황에는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내공을 갖고 싶다.

물론 어렵겠지만, 그런 모습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마음 속에 하나의 지침으로 새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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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소한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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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을 읽는 중이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며 그냥 읽었는데, 정말 눈길이 딱 가는 부분이 나왔다.


학교폭력, 왕따 문제에 대한 부분이다.


그 부분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마침 내가 듣는 팟캐스트에서도 이 책의 이 부분을 이야기하더라. 역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이며, 공감하는 주제구나 싶었다.



그 부분의 챕터 제목은 [아이에게 화해를 강요하지 말라] 이다.

요는 이렇다.


학교폭력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 때문이다. 이 일을 그저 넘기려는 어른들 (이 경우엔 주로 교사 및 학부모들)의 태도를 보며,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느편에 서야 하는지 알게 된다.


한 판사가 “이 아이들을 안아준 적이 있느냐”로 시작하는 일장연설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서 아이들은 가해자들이다.) 아이들을 안아주고, 따뜻하게 대하면 반성을 한다나?

김웅 검사는 짧게 소감을 붙였다. 추악하고, 황량했다. 고.


그리고 김웅 검사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었을 때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진정 용서하고 망각하는 유일한 방법은 응징 혹은 정당한 징벌을 가하는 것이다. 죄인이 적절하게 징벌되고 나서야 나는 앞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모든 일과 작별할 수 있다.”는 슬라보예 지젝의 말을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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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와닿았다.

학창시절 내가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당하지 않았던 건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에서 피해자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믿으니까.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지독하게 못됐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건 이 사회의 관습, 어른들의 책임회피 그리고 이해관계로 인한 것이라는데 완전히 동의한다.

아이들은 똑똑하다. 다 계산이 나와서 하는 행동이다.


학교라는 곳에 갇혀지내게 되는 상황에서, 이게 얼마나 힘들지. 그렇지 않아도 청소년기란 힘들기 마련인데, 죄 없이 피해자가 된 수많은 아이들은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또한 일장연설을 하던 판사의 멘트. 짧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그냥 작은 조직에서도 그렇다.) 정말.. 허황된 이야기. 극심한 괴리감에 속이 답답해졌다. 정말 어떡해야 좋을까.


모쪼록 학교 폭력 문제에 있어,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이 이겨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더 중요한 건 이런 문제가 평범한 일이 아닌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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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소한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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